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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운남성 7일차:리장에서 쿤밍 그리고 다시 인천으로(창수이 국제공항,리장,수허고성,쿤밍)

운남 마지막 날, 아쉬움이 먼저 온 아침

마지막 날은 늘 조금 억울하다. 마음은 아직 길 위에 있는데, 일정은 먼저 끝을 향해 간다.
사진을 다시 보니 그 마음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방 안의 작은 무늬, 새벽의 지붕, 점심 식탁, 비 오는 역 앞, 그리고 비행기 창밖까지. 대단한 장면보다 떠나기 싫은 마음이 먼저 보였다.
여행의 마지막 날은 전날 밤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짐을 완전히 풀지도, 마음을 완전히 접지도 못한 채로 하루가 넘어간다. 그래서 이 기록은 도착의 설렘보다 돌아가는 아쉬움에 더 가깝다.

1. 마지막 밤의 작은 무늬

마지막 밤에는 바깥보다 방 안의 작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벽의 무늬, 조명의 밝기, 낯선 방의 조용한 공기. 이제 익숙해지려는 순간에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게 조금 아쉬웠다.

아침이 되자 방은 조금 더 익숙해져 있었다. 소파와 테이블, 커튼과 작은 물건들이 어제보다 편하게 보였다. 하루만 더 있었다면 이 공간을 더 잘 기억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머물 던 숙소에 소중한 시간들이 묻어있다

2. 지붕 위로 올라오던 아침

밖을 보니 새벽빛이 지붕 위로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여행 중에는 이런 장면을 오래 보고 싶어도 마음이 자꾸 다음 일정으로 간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그 조용한 빛이 더 붙잡고 싶었다.

조금 더 밝아지자 먼 산의 윤곽이 보였다. 기와지붕 너머의 산은 말없이 하루를 열고 있었다. 이 풍경을 두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괜히 한 번 더 셔터를 누르게 됐다.

3. 한 그릇 앞에서 잠깐 늦어진 마음

이동하는 날의 식사는 조금 다르게 기억된다. 맛을 자세히 설명하기보다, 그릇 앞에서 잠깐 느려졌던 시간이 먼저 떠오른다. 젓가락이 움직이는 동안만큼은 돌아가는 일도, 다음 교통편도 잠시 뒤로 밀려났다.

사진 속에는 식당의 이름보다 나무 테이블의 색이 더 또렷하다. 문가 쪽으로 들어오던 빛, 그릇을 잡은 손, 식탁 위에 놓인 휴대폰까지. 이런 사소한 것들이 나중에는 의외로 오래 남는다.

4. 비 오는 쿤밍역 앞에서 실감한 끝

다시 밖으로 나오자 비가 오고 있었다. 역 앞의 사람들은 우산 아래에서 조금씩 속도를 낮췄고, 젖은 바닥은 그날의 공기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마지막 날의 비는 이상하게 더 선명하다.

여행의 끝은 멋진 전망대보다 이런 곳에서 더 실감난다. 캐리어를 세워 두고, 비를 피하고, 다음 이동을 기다리는 시간. 특별할 것 없는 장면인데도 마음은 괜히 조용해졌다.

비가 오면 여행지는 조금 현실적으로 변한다. 걷는 일은 번거롭고, 손은 더 바빠지고, 마음은 자꾸 남은 시간을 세게 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그런 장면이 더 먼저 생각난다.

5. 창밖에서 먼저 온 작별

마지막 사진은 창밖이었다. 지상에서 보던 지붕과 비와 사람들의 움직임이 어느새 날개 아래로 멀어졌다. 하늘은 맑았고, 그래서 더 이상했다. 떠나는 날의 하늘이 너무 맑으면 마음이 조금 더 허전해진다.

창밖 사진에는 목적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떠나온 곳이 천천히 멀어진다. 여행이 끝났다는 말은 입으로 하기보다, 이런 창밖을 보면서 먼저 알게 되는 것 같다.

마무리

운남의 마지막 날은 화려한 장면보다 작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늦은 밤의 무늬, 새벽의 지붕, 점심의 한 그릇, 비 오는 역 앞, 그리고 비행기 창밖의 푸른 하늘.
사진을 다시 보니 이 날은 계속 떠나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래도 완전히 아쉽기만 한 날은 아니었다. 아쉬워서 더 바라봤고, 더 바라봐서 더 오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