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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운남성 여행 3일차: 쿤밍을 떠나 샤시고성의 밤까지

쿤밍역 앞의 분주함 속에서 셋째 날의 이동이 시작됐다.

 

운남성 여행의 셋째 날은 쿤밍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됐다. 전날의 비 오는 쿤밍이 아직 조금 남아 있는 것 같았지만, 오늘은 도시 안에 머무는 날이 아니라 더 멀리 이동하는 날이었다. 역 앞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짐을 든 여행자들 사이에 섞여 있으니 이제 정말 다음 장소로 넘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쿤밍에서 샤시고성으로 가는 길은 하루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이동하는 날은 늘 조금 애매하다. 여행 중이지만 아직 목적지에 닿지 않았고, 지나온 곳도 이미 뒤로 멀어진다. 그런데 그 중간의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몸은 조금 피곤했지만, 마음은 천천히 다음 풍경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쿤밍역에서 기차에 탑승하여 2시간에 걸쳐 다리역로 이동하였고,

다리에서 디디 택시를 이용하여 1시간 30분을 달려서 샤시에 도착했다.

기차 예매는 트립닷컴(trip.com)을 이용했다. 예매를 하면 대행 해주는 방식이고,

원하는 기차 시간에 맞춰 2주전에 티케팅을 해야한다.

디디 택시는 앱을 설치 후 결제 수단을 등록 후 예약을 하는 방식이다. 

 

 

 

유리창에 비친 지붕과 장미. 샤시고성의 첫인상은 작고 선명했다.

 

샤시고성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진 건 속도가 확 느려졌다는 것이었다. 길은 넓지 않았고, 건물은 낮았고, 오래된 나무문과 기와지붕 사이로 붉은 등이 걸려 있었다. 쿤밍의 큰 도로와 역 앞의 소음에서 빠져나와, 갑자기 오래된 골목 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도착하자마자 허기짐에 달려간 식당의 마당. 물과 나무, 붉은 등이 한 프레임 안에 있었다.

 

마당이 있는 공간에 들어서니 그제야 긴 이동이 끝났다는 실감이 났다. 물과 나무, 붉은 등과 오래된 문이 한 프레임 안에 있었고, 그 조합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샤시고성은 첫눈에 강하게 치고 들어오는 곳이라기보다, 눈을 조금 오래 두면 점점 좋아지는 곳에 가까웠다.

저 새장안의 새는 무슨 생각을 할까
이동 끝에 만난 든든한 한 끼가 하루의 피로를 조금 눌러줬다.

 

이동 후에 먹는 밥은 맛의 절반이 안도감이다. 따뜻한 음식을 앞에 두고 앉으니 오늘 꽤 멀리 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몸에 들어왔다. 밥을 먹으면서도 시선은 자꾸 밖으로 갔다. 마당의 나무, 오래된 벽,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전부 낯선데 편안했다.

고성의 길 위로 노란 차들이 오가고, 뒤쪽으로는 산이 조용히 서 있었다.

 

밥을 먹고 나서는 고성 안을 천천히 걸었다. 노란 삼륜차가 지나가고, 가게 앞에는 작은 의자와 화분이 놓여 있고, 멀리로는 산이 보였다. 길 하나를 꺾을 때마다 풍경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문고리와 등, 지붕 선, 돌바닥의 무늬 같은 것들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

 

흙벽과 돌길 사이에 걸린 옷 한 벌까지 오래된 골목의 일부처럼 보였다.

 

샤시고성은 생활의 장면이 예뻤다. 일부러 꾸민 포토존보다, 누군가 잠깐 걸어둔 옷이나 오래된 벽의 질감, 돌길 위로 떨어지는 저녁빛이 더 기억에 남았다. 사진을 찍으려고 멈춘다기보다, 멈추다 보니 사진을 찍게 되는 곳이었다.

 

문 하나를 통과하면 또 다른 골목이 이어졌다.

 

문을 지나 골목 안으로 들어갈수록 고성은 조금씩 안쪽을 보여줬다. 넓고 화려한 풍경보다 좁고 조용한 장면이 많았다. 그래서 걷는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앞만 보고 가기보다 옆의 벽을 보고, 위의 처마를 보고, 뒤돌아 골목의 모양을 한 번 더 보게 됐다.

 

기와 아래로 꽃과 잎이 얽혀 있던 저녁의 한 장면.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골목의 색이 조금 바뀌었다. 흙벽은 더 따뜻해 보였고, 기와지붕 아래의 식물들은 부드러운 빛을 받았다. 샤시의 저녁은 빠르게 어두워지기보다, 천천히 색을 낮추며 밤으로 넘어갔다.

 

샤시고성 바깥으로 조금만 걸어도 풍경은 넓고 조용해졌다.

 

물가에는 버드나무가 늘어져 있었고, 물 위에는 하늘과 나무가 함께 비쳤다. 샤시고성은 고성 안의 골목도 좋았지만, 이렇게 살짝 바깥으로 나와 만나는 풍경도 좋았다. 오래된 마을과 산, 물이 서로 멀지 않게 붙어 있는 느낌이었다.

 

버드나무 아래에서 기타 소리가 흘러나오던 물가의 작은 공연.

 

물가에는 음악도 있었다. 버드나무 아래에서 기타 소리가 흘렀고, 사람들은 크게 서두르지 않고 그 소리를 지나가거나 잠깐 멈춰 들었다. 산과 물, 나무와 돌길 사이에 음악이 섞이니 고성의 저녁이 조금 더 오래 머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도시의 배경음악 처럼 느껴졌다. 

 

연못에 비친 나무와 지붕까지 저녁 풍경의 일부가 됐다.

 

연못가에 이르자 샤시의 저녁은 물 위에 한 번 더 남아 있었다. 나무와 지붕, 사람들의 움직임이 물결에 흐릿하게 비쳤다. 같은 풍경도 물에 비치면 조금 더 느리고 조용해 보인다. 이 장면을 보고 나니 하루가 밤 쪽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던 시간, 낮의 고성과는 다른 표정이 나타났다.

 

해가 지고 나자 샤시고성은 또 다른 분위기가 됐다. 낮에는 기와와 돌길이 먼저 보였다면, 밤에는 노란 조명과 나무 간판, 창문 안쪽의 온기가 먼저 보였다. 어두워진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가게마다 조금씩 다른 빛이 새어 나왔다.

오래된 벽과 식물 사이에서 음악이 이어지던 밤의 작은 무대.

 

밤의 샤시는 시끄럽게 들뜨기보다 낮게 웅성거렸다. 음악이 들리는 곳도 있었고, 작은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래된 벽과 식물 사이로 조명이 켜지고, 그 안에서 음악이 흐르니 낮과는 다른 온도가 생겼다.

나무 건물과 노란 조명, 그리고 골목의 조용한 활기.

 

골목 안의 작은 바와 가게들은 저마다 다른 불빛을 내고 있었다. 낮에는 흙벽과 돌길이 고성의 인상을 만들었다면, 밤에는 나무문 안쪽의 따뜻한 빛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너무 화려하지 않아서 더 오래 보고 싶었다.

샤시고성의 밤은 밝게 빛나기보다 은근하게 오래 남았다.

 

셋째 날은 이동 거리가 길었지만, 돌아보면 피곤함보다 샤시고성의 저녁 공기가 먼저 떠오른다. 쿤밍에서 출발해 도착한 곳은 단순한 다음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의 속도를 다시 맞춰준 동네였다.

낮에는 골목을 걷고, 저녁에는 다리와 물가에서 놀고, 밤에는 따뜻한 불빛과 음악을 따라 걸었다. 하루를 크게 설명할 사건은 많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샤시고성은 무언가를 열심히 보러 다니는 곳이라기보다, 천천히 걸으며 자신도 모르게 그곳의 속도에 맞춰지는 곳이었다.